오랜만에 책장에서 요시모토 바나나의 소설 《키친》을 꺼내어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살다 보면 문득 마음이 한없이 허기지고 외로워지는 순간이 있는데, 그럴 때 떠오르는 몽글몽글하고 다정한 책입니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주인공의 슬픔의 끝에서 마음을 붙인 곳은 역설적이게도 부엌, 바로 '키친'이었습니다. 냉장고 소리가 우엉 우엉 울리는 부엌 구석에서 위안을 얻던 그녀에게, 할머니의 단골 꽃집 청년 '유이치'가 다가와 손을 내밀어 줍니다. 독특하면서도 따스한 유이치와 그의 어머니가 있는 집으로 들어가 살게 되면서, 주인공은 맛있는 음식과 다정한 일상을 나누며 깊은 상실감을 조금씩 치유해 나갑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맛있는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는 행위가 얼마나 커다란 위로가 되는지 새삼 깨닫게 됩니..